십자수를 하게 된 계기
제게는 한 가지 소소한 취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수인데요. 이 십자수와의 인연은 꽤나 깊습니다. 처음 친언니가 야생화 꽃자수를 놓는 책을 구매해서 열심히 수를 놓는 모습으로 관심이 생겼고 나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 삶의 여유가 생길 즈음 해봐야겠다 싶어 자수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자수라는 게 딱 하고 싶어서 바로 하기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처음에는 자수를 놓기 위한 재료를 하나씩 구비하는 게 조금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쁜 자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그 과정이 재밌게 느껴질 때쯤 비로소 처음 시작하는 과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금세 준모든 준비를 갖출 수 있습니다. 무작정 어떤 재료를 사야 할지 잘 모르시겠다면 저는 우선 자수 책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수 책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는 서적을 구매해서 자수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한 안내를 잘 보고 자수 놓을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정석적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어떤 작품을 완성시키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해지면 자수를 놓는 시간들이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또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들은 준비해야 하는 재료가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을 추천합니다. 혹은 요새 많이 하는 원데이 클래스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자시 자수란?
그렇게 야생화 자수로 시작했던 저는 이것저것 다양한 자수 작품을 보게 됩니다. 원래 일본풍의 아기자기함을 좋아했던 저는 '지자시 자수'라는 기법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 자수보다는 지자시 자수를 더 놓는 편이에요. 이 지자시 자수는 프랑스 자수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지자수 자수란 일본 토츠카 자수 기법 중 하나입니다. 1920~30년대에 프랑스 자수가 일본에 처음으로 보급이 됐고 토츠카 기쿠(토츠카 자수협회 명예회장)가 프랑스 자수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며 기법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전쟁 중과 전후를 거치며 물자도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 자수 표현의 다양성을 고민하던 기쿠는 제사 업계 종사자들과 손잡고 자수실 개량에 힘을 썼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코스모 자수실(르시앙)입니다.
어떤 자수실을 선택할까?
자수실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일반적인 생활 자수나 야생화 자수 등을 놓을 때는 면실을 사용하는데, 주로 DMC사나 앵커사의 25번 실을 사용합니다. DMC실은 색감이 따스한 느낌이 나서 야생화 등 꽃 자수를 놓을 때 적합하며 앵커사의 실은 색이 선명하기 때문에 지자시 자수와 같이 원색의 실로 놓을 때 예쁩니다. 하고 싶은 자수 기법에 따라 실사의 종류도 선택하면 좋아요.
지금 실이 감겨 있는 저 흰색 플라스틱 실패는 보빈이라고 명칭 하며 종이로 된 재질도 있는데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플라스틱 소재의 보빈이 가장 활용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개당 20원 정도에 구매하실 수 있어요. 이번에 앵커실을 150개 정도 구매를 해서 보빈에 한 올 한 올 열심히 감아봤습니다. 실을 보빈에 감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인데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은 조금 힘이 드니 저 같은 경우에는 나름 컬러테라피라고 그날그날 내가 원하는 색상을 몇 개 집어서 하루에 4~5개 정도 보빈에 감았습니다. 저렇게 보빈에 예쁜 색깔의 실을 감아놓은 모습만 봐도 뿌듯하고 너무 힐링돼요. 이 실도 그냥 막 감는 게 아니라 저는 조금 공을 들였어요. 왜냐면 실을 바르게 감아야 나중에 쓸 때 수도 더 예쁘게 놓아지거든요. 실을 막 감게 되면 실이 조금 꼬이는데 그러면 자수를 놓을 때 조금 덜 예뻐요. 이건 자수 놓아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저렇게 실을 다 감아놓은 보빈만 들여보고 있어도 자수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 제가 20대 때 전공을 디자인으로 하지 않았다면 아마 패션 쪽으로 선택했었어도 즐겁게 공부했을 것 같아요. 각 각의 실에는 실번호가 있습니다. 앵커사 실 스티커를 구매해서 보빈마다 잘 알아볼 수 있게 붙였어요. 이게 은근 수작업입니다. 사실 자수 이 모든 그 자체가 수작업 노가다랍니다.
이렇게 실뭉치를 한데 모아 놓고만 있어도 예뻐서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Made in Germany 독일사이고 개당 600원 정도에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합니다. 자수 카페에서 공구로 하면 더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을거예요.
크로스 스티치로 수놓아본 티코스터입니다. 지자수 자수는 기하학적인 무늬와 단조로운 형태가 특징입니다. 입체적이고 아름다운 프랑스 자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죠. 이것도 약간 개인 성향인데 제가 약간 단순하고 기하하적인 무늬를 원래 조금 선호하는 편이었어요. 프랑스 자수를 놓으시던 분들은 이 자수가 조금 간결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예요. 기법이 워낙 단순하거든요. 선명한 색감이 매력적이라 실 선택할 때도 보색을 선택해서 놓기도 하고 실 색깔 선택을 조금 과감하게 해 봐도 예쁜 것 같습니다.
실을 3가닥 내지 6가닥 사용할 때가 많기 때문에 티코스터 한 개 만들 때 실뭉치의 70%는 쓰는 것 같아요. 선명한 색감과 함께 그 특징적인 느낌을 실의 개수도 살려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완성된 작품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렇게 가지런히 보빈함에 실을 감은 보빈을 차곡차곡 정리합니다. 뿌듯! 실 연료를 가득 채웠으니 또 작품을 만들어봐야겠죠. 지자시 자수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앵커실을 한 번 써보세요. 느낌적인 차이이지 실제로 자수를 놓으면 막상 DMC실과 그렇게 큰 차이는 못느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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